전국 3일차 화장률, 1월 82.6%→3월 33% 급감
서울선 20명 중 1명만 사망 사흘만에 火葬
6일장, 7일장 다반사
최만식(여·93)씨는 6일 전인 17일 밤 9시 사망했다. 서울 제기동 자택에서 저녁 식사를 마친 뒤 호흡곤란 증세를 보여 구급차를 타고 고대안암병원으로 이송되던 중 숨졌다. 장례를 치르고 입관까지 마쳤지만 발인하기까지 사흘간 시신을 안치실에 냉동상태로 보관하다 엿새째 되는 날 장례를 마칠 수 있었다. 그래도 상주인 장남 서병규(73)씨는 “그나마 다행”이라고 했다. 그는 “냉동 안치실을 구한 것만으로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며 “다른 곳에선 냉동 안치실이 가득 차 시신을 불가피하게 외부에 두는 바람에 시신이 부패하거나 반점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고 했다.
22일 보건복지부 노인정책과에서 집계한 ‘전국 화장 현황’을 보면, 올해 1월 82.6%이던 ‘3일차 장례 비율’이 3월 들어서는 21일 기준으로 33.2%로 급감했다. 원인은 코로나 대유행이다. 코로나 사망자만 하루 300여명씩 쏟아지면서, 시신을 보관하고 화장하는 장례식장과 화장장 예약이 포화 상태에 이른 것이다.
특히 서울의 경우 상황이 심각했다. 화장장 가동률 114.3%를 기록 중인 서울에서는 3일차 화장률이 이달 들어 전국 최하위인 5.5%에 그쳤다. 예약 가능한 화장장(2900건)을 상회하는 화장수요(3316건)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4일차 장례가 29.7%였고, 5일차 이상은 전국 최고치인 65.2%로 나타났다. 이 외에도 부산(7.8%), 대구(13.8%), 인천(14.7%), 경기(15.6%) 등 수도권과 대도시 지역에서 전국 평균치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3일차 화장률을 기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장’을 택하지 않는 이상 통상 치러오던 ‘3일장’이 불가능한 상황이 되면서, 전국 대부분 화장장에서 ‘6~7일장’이 보편화하고 있다. 빈소는 사흘간만 열지만, 발인은 숨진지 일주일 지나서야 치러지는 것이다. 유족의 뜻이 아니라, 장례식장과 화장장의 일정에 따라 마지막 고인의 보내는 일정이 정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22일 경기 고양시 서울시립승화원에서는 총 23개 화로 가운데 20개가 가동 중이었다. 11개 화로는 화장 절차가 시작됐고, 불에 태운 시신을 냉각하고 있는 화로가 9곳이었다. 비상용으로 남겨둔 화로 3개만 남아있었다. 승화원 관계자는 “지금 화장되는 시신 대부분은 사망 뒤 5~6일이 지난 상태”라고 했다.
화장장 측은 ‘특별 회차’까지 만들어가며 화장 횟수를 늘리고 있지만, 사망자가 쏟아지는 속도가 더 가팔라 역부족한 상황이다. 이날 하루 동안 승화원에서 화장하는 시신 숫자는 131구다. 지난달 중순까지 이곳에서 태워지는 시신은 하루에 90구 꼴이었다. 사망자가 늘어나면서 가동 시간을 연장해 처리 시신 수를 40구 더 늘렸지만,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다. 이날 기준으로 서울시립승화원의 예약은 26일 오후 9시까지 모두 차 있었다. 이날 숨진 고인을 화장하려면, 최소 5일 뒤에야 화장이 진행될 수 있는 것이다. 서울과 인접한 경기·강원 지역으로 시신을 옮겨 화장할 수도 있지만, 이 지역 ‘관외 예약’도 이미 주말까지 모두 예약된 상태다.
부모사랑상조 장례지도사 이정민씨는 “요즘은 6일장이 평균이고, 7일장도 심심찮게 있다”면서 “4~5일장은 말 그대로 운이 좋아야 가능하다. 장례 일정은 유족이 조절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장례식장과 화장장의 일정에 맞춰서 진행된다”고 했다. 프리드라이프 장현화 의전팀장은 “근래 장례 절차를 보면 화장장 일정이 잡히고 난 뒤, 선(先) 안치 후(後) 장례를 치르는 경우와, 선 장례 후 안치를 하는 경우로 나뉜다”고 했다.
일부 장례식장의 경우 빈소와 시신 안치 과정을 세트로 묶어놓은 탓에, 유족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돈을 더 내가며 실제 빈소를 6~7일씩 열어놓기도 했다.
지난 17일 아버지를 떠나 보낸 상주인 장남 이태경(63)씨는 ‘오롯이’ 6일장을 치렀다. 장례식장도 부친 사망 12시간만에 겨우 구했는데, 병원 장례식장 측에선 “장례식장을 이용하지 않으면 안치실을 따로 내줄 수 없다”고 전해왔다. 장례 절차를 마친 뒤 냉동고에 며칠 간 안치한 뒤 화장장 일정에 맞춰 발인하려던 계획이 어긋났다. 장례식장과 안치실 등 이용비용은 하루에 110만원 꼴이었고, 이는 상주인 이씨 부담으로 돌아왔다. 이씨는 “코로나로 장례 기간이 길어지면서 불편한 마음이 든 건 사실이다. 비용에 대한 스트레스도 있었다”고 했다.
화장장 대란이 이어지자 정부는 거듭해서 대책을 내놓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이날 전국 모든 화장시설에서 1기당 5회 안팎으로 운영하던 화장로를 최대 7회까지 늘릴 수 있도록 하고, 전국 17개 시·도에 조례 등에 따라 금지한 관할지역 외 사망자 화장을 한시적으로 허용하라고 권고하기도 했다. 또 향후 사망자가 급증할 것에 대비해 의료기관과 장례식장 및 화장장 등의 여유 공간을 확보해 안치냉장고를 추가로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냉장 컴프레셔를 이용한 임시 저온 안치실도 구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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