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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표 끊고 일주일” 미어터진 화장터, 마지막도 줄서서 떠난다

by 이장친구 2022. 3.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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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3일차 화장률, 1월 82.6%→3월 33% 급감
서울선 20명 중 1명만 사망 사흘만에 火葬
6일장, 7일장 다반사

입력 2022.03.22 18:03 | 수정 2022.03.23 06:00
 
고(故) 우상욱(63)씨 장례는 7일장(葬)으로 치러졌다. 그는 일주일 전인 지난 16일 오전 3시 10분 영등포구 신길동 성애병원에서 사망했다. 사인은 호흡곤란이었다. 사망 한 달 전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가 회복했지만 이후 건강이 악화했다고 한다. 이튿날 장례식장을 잡았고 19일까지 3일간 빈소를 열었지만, 곧바로 발인을 할 수가 없었다. 시신을 화장할 장소를 구할 수 없어서다. 수도권 모든 화장터가 만원이었다. 순서를 기다린 끝에 22일 오전 9시에 발인을 할 수 있었다.

최만식(여·93)씨는 6일 전인 17일 밤 9시 사망했다. 서울 제기동 자택에서 저녁 식사를 마친 뒤 호흡곤란 증세를 보여 구급차를 타고 고대안암병원으로 이송되던 중 숨졌다. 장례를 치르고 입관까지 마쳤지만 발인하기까지 사흘간 시신을 안치실에 냉동상태로 보관하다 엿새째 되는 날 장례를 마칠 수 있었다. 그래도 상주인 장남 서병규(73)씨는 “그나마 다행”이라고 했다. 그는 “냉동 안치실을 구한 것만으로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며 “다른 곳에선 냉동 안치실이 가득 차 시신을 불가피하게 외부에 두는 바람에 시신이 부패하거나 반점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고 했다.

22일 오전 10시 58분 경기 고양시 서울시립승화원에서 진행 중인 화장장 명단.

22일 보건복지부 노인정책과에서 집계한 ‘전국 화장 현황’을 보면, 올해 1월 82.6%이던 ‘3일차 장례 비율’이 3월 들어서는 21일 기준으로 33.2%로 급감했다. 원인은 코로나 대유행이다. 코로나 사망자만 하루 300여명씩 쏟아지면서, 시신을 보관하고 화장하는 장례식장과 화장장 예약이 포화 상태에 이른 것이다.

특히 서울의 경우 상황이 심각했다. 화장장 가동률 114.3%를 기록 중인 서울에서는 3일차 화장률이 이달 들어 전국 최하위인 5.5%에 그쳤다. 예약 가능한 화장장(2900건)을 상회하는 화장수요(3316건)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4일차 장례가 29.7%였고, 5일차 이상은 전국 최고치인 65.2%로 나타났다. 이 외에도 부산(7.8%), 대구(13.8%), 인천(14.7%), 경기(15.6%) 등 수도권과 대도시 지역에서 전국 평균치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3일차 화장률을 기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장’을 택하지 않는 이상 통상 치러오던 ‘3일장’이 불가능한 상황이 되면서, 전국 대부분 화장장에서 ‘6~7일장’이 보편화하고 있다. 빈소는 사흘간만 열지만, 발인은 숨진지 일주일 지나서야 치러지는 것이다. 유족의 뜻이 아니라, 장례식장과 화장장의 일정에 따라 마지막 고인의 보내는 일정이 정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22일 경기 고양시 서울시립승화원에서는 총 23개 화로 가운데 20개가 가동 중이었다. 11개 화로는 화장 절차가 시작됐고, 불에 태운 시신을 냉각하고 있는 화로가 9곳이었다. 비상용으로 남겨둔 화로 3개만 남아있었다. 승화원 관계자는 “지금 화장되는 시신 대부분은 사망 뒤 5~6일이 지난 상태”라고 했다.

 

화장장 측은 ‘특별 회차’까지 만들어가며 화장 횟수를 늘리고 있지만, 사망자가 쏟아지는 속도가 더 가팔라 역부족한 상황이다. 이날 하루 동안 승화원에서 화장하는 시신 숫자는 131구다. 지난달 중순까지 이곳에서 태워지는 시신은 하루에 90구 꼴이었다. 사망자가 늘어나면서 가동 시간을 연장해 처리 시신 수를 40구 더 늘렸지만,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다. 이날 기준으로 서울시립승화원의 예약은 26일 오후 9시까지 모두 차 있었다. 이날 숨진 고인을 화장하려면, 최소 5일 뒤에야 화장이 진행될 수 있는 것이다. 서울과 인접한 경기·강원 지역으로 시신을 옮겨 화장할 수도 있지만, 이 지역 ‘관외 예약’도 이미 주말까지 모두 예약된 상태다.

부모사랑상조 장례지도사 이정민씨는 “요즘은 6일장이 평균이고, 7일장도 심심찮게 있다”면서 “4~5일장은 말 그대로 운이 좋아야 가능하다. 장례 일정은 유족이 조절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장례식장과 화장장의 일정에 맞춰서 진행된다”고 했다. 프리드라이프 장현화 의전팀장은 “근래 장례 절차를 보면 화장장 일정이 잡히고 난 뒤, 선(先) 안치 후(後) 장례를 치르는 경우와, 선 장례 후 안치를 하는 경우로 나뉜다”고 했다.

22일 서울시립승화원의 한 유족이 6일 전 돌아가신 고인의 화장장 일정을 잡기까지 과정을 기록해놓은 메모지.

일부 장례식장의 경우 빈소와 시신 안치 과정을 세트로 묶어놓은 탓에, 유족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돈을 더 내가며 실제 빈소를 6~7일씩 열어놓기도 했다.

지난 17일 아버지를 떠나 보낸 상주인 장남 이태경(63)씨는 ‘오롯이’ 6일장을 치렀다. 장례식장도 부친 사망 12시간만에 겨우 구했는데, 병원 장례식장 측에선 “장례식장을 이용하지 않으면 안치실을 따로 내줄 수 없다”고 전해왔다. 장례 절차를 마친 뒤 냉동고에 며칠 간 안치한 뒤 화장장 일정에 맞춰 발인하려던 계획이 어긋났다. 장례식장과 안치실 등 이용비용은 하루에 110만원 꼴이었고, 이는 상주인 이씨 부담으로 돌아왔다. 이씨는 “코로나로 장례 기간이 길어지면서 불편한 마음이 든 건 사실이다. 비용에 대한 스트레스도 있었다”고 했다.

화장장 대란이 이어지자 정부는 거듭해서 대책을 내놓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이날 전국 모든 화장시설에서 1기당 5회 안팎으로 운영하던 화장로를 최대 7회까지 늘릴 수 있도록 하고, 전국 17개 시·도에 조례 등에 따라 금지한 관할지역 외 사망자 화장을 한시적으로 허용하라고 권고하기도 했다. 또 향후 사망자가 급증할 것에 대비해 의료기관과 장례식장 및 화장장 등의 여유 공간을 확보해 안치냉장고를 추가로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냉장 컴프레셔를 이용한 임시 저온 안치실도 구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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