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2월 25일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광장에서 거행된 대통령 취임식장에서 노태우 대통령이 선서하고 있다./조선일보DB
노태우(89) 전 대통령이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에서 숙환으로 별세했다. 지병으로 오랜 병상 생활을 해온 노 전 대통령은 최근 병세 악화로 서울대병원에 입원해 의료진의 집중 치료를 받았지만, 끝내 회복하지 못하고 삶을 마감했다.
1990년 1월 22일 노태우 전 대통령이 김영삼 민주당 총재(왼쪽), 김종필 공화당 총재(오른쪽)와 청와대에서 긴급 3자회동을 갖고 3당 합당을 발표하는 모습. /연합뉴스
1932년 대구광역시 동구 신용동에서 태어난 노 전 대통령은 육사 11기로 임관했다. 1979년 육사동기인 전두환 전 대통령과 함께 12·12 군사반란에 성공했다. 1987년 6·10 민주항쟁으로 분출된 민주화 요구를 대폭 수용, 직선제 개헌 등이 골자인 6·29선언을 발표했다.
1987년 대선에서 김영삼, 김대중, 김종필 후보를 물리치고 제 13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나, 이 사람! 보통사람입니다. 믿어주세요!”라던 유세는 지금도 회자될 정도로 성공적인 슬로건으로 평가 받는다.
1988년 제24회 서울 올림픽 개회식에 부인 김옥숙 여사와 함께 참석한 노태우 전 대통령. /연합뉴스
노 전 대통령은 대통령 직선제 수용외에 ‘북방 외교’도 업적으로 꼽힌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했고, 소련·중국 등 공산권 국가들과 수교하면서 외교의 지평을 확장했다. 그의 재임시절 새로 수교한 나라가 45개국에 달했다. 1991년엔 남북이 공동으로 유엔회원국으로 동시에 가입했다. 북한과도 화해와 불가침, 교류협력에 합의한 남북기본합의서,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을 채택했다.
노 전 대통령은 대통령에 대한 풍자도 처음으로 허용했다. 권위주의적 질서를 타파하려는 이런 노력을 두고 일각에서는 ‘물태우’라며 비판하기도 했다. 동시에 흉악범죄·조직범죄 소탕을 내건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한 인물도 노 전 대통령이다. 참자, 용서하자, 기다리자는 의미의 ‘참.용.기’가 그의 좌우명이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이 1990년 12월 14일 옛 소련 크레믈린궁에서 미하일 고르바초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는 모습. /연합뉴스
하지만 신군부의 5·18 광주민주화운동 무력진압은 그의 이력에서 그림자로 남아 있다. 퇴임 이후인 1997년 뇌물수수와 내란·반란혐의로 징역 17년을 선고 받았다.
유족으로는 부인 김옥숙 여사와 딸 소영(60)씨, 아들 재헌(56)씨 등 1남 1녀가 있다.
※노태우 전 대통령 연표
1932년 대구광역시 동구 신용동에서 출생
1951년 경북고 졸업
1955년 육사졸업(11기)
1978년 월남 파병(대대장)
1979년 수도경비사령관
1981년 전역(육군 대장), 제2정무장관
1985년 민정당 대표위원
1987년 6·29선언 발표, 민정당 대통령 후보
1988년 대한민국 제13대 대통령 취임
1990년 소련과 수교, 3당 합당-민자당 창당
1991년 남북 기본 합의서 채택, 남북 공동 유엔가입
1992년 한·중 수교
1993년 대통령 퇴임
1995년 비자금 사건으로 구속
1996년 12·12 군사반란 등의 혐의로 추가 기소
1997년 특별사면복권
2011년 회고록 출간
2013년 추징금 2628억9600만원 완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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